최무영교수의물리학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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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최무영 (책갈피,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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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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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브라이언 그린 (승산,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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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최무영교수의 물리학강의"책을 수식이 많다고 어렵다고 하면서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나 "우주의 구조"가 수식이 없어서 쉬웠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내가 최무영교수님의 책을 직접 읽은적은 없지만, 서점에서 쭉 훑어 보았을때는 수식이 많이 없어서 쉽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도대체 이 두 생각의 차이는 무엇일까?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사실 쉬운책이 아니다. 여러가지 개념을 탁월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지만, 특수상대성이론을 이 책에서 수식없이 설명하는것만으로 이해하려면 머리가 무척 좋거나 이미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 책을 읽고 특수상대성이론은 이해했다는 사람 중 대다수는 겉햝기로 조금만 이해했거나 아니면 다르게 이해한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만 해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핵심적인 몇개의 수식과 몇몇개 이상의 문제를 풀어보아야 한다. 물론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 그 자신은 똑똑한 사람이니 자신의 설명만 듣고 다 이해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책만 읽고 사람들이 현대 물리학의 최첨단중 하나인 초끈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라이언 그린은 왜 수식을 아꼈을까. 답은 쉽다. 수식을 아낌으로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그린 그 자신의 말 처럼 수식을 하나 쓸때마다 독자는 반으로 줄어든다. 과학 "교양서"를 쓰는 입장에서 독자를 줄이는 선택은 하지 않는것이 좋다. 똑같이 어려운 개념이지만 수식이 없음을 통해 뭔가 쉬워보이게 만드는 것이 교양서의 큰 덕목중에 하나니 말이다. 하지만 어려운 개념은 말로 풀어써도 여전히 어렵다. 사실 더 어렵게 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이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이유이다. 물리학 전공자인 나도 한페이지를 여러번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생각하고 내가 아는 개념과 대응시키면서 읽는데 쉽다니? 아마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소설책 읽듯이 정말로 쉽게 읽었을까? 그렇다면 이 책의 물리학 개념들중에 제대로 이해한것이 하나도 없음이 자명하다.

수식을 아끼는 것이 나쁜것이 아니다. 수식을 아껴도 브라이언 그린이 책을 통해 의도했던 초끈이론의 대략적인 이해와 웅장함은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다만 "대략적"이 점점 강해질 뿐이고 "웅장함"이 꾸며질 뿐이다. 이는 브라이언 그린의 입장에서는 더 좋은 결과이다.

하지만 "최무영교수의 물리학강의"는 다른 책이다. 이 책의 목적은 물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리학을 정확하게 가르치는것이 목적이다. 즉, 정확한 개념 전달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수식을 안쓰는 것이 좋을 선택일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전공자나 미적분에 익숙한 이공계생들을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수식이 하나 등장할때 마다 많은 인문, 사회과학 전공 학생이나 다른 일반인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수식은 필수적이다.

결국 "엘러건트 유니버스"같은 책의 물리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두 책의 목적이 다른것을 몰랐기 때문에 "엘러건트 유니버스"에 비해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가 수식이 있어서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가 좀더 좋은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의 특정한 분야가 아닌 전 분야를 다루고 있고 "물리학"자체의 개념전달에 충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