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뜬금없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카다피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사람은 '스티븐 잡스'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C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리눅스 환경에서 OS를 다뤄보았고 Mac OS 가 BSD없이는 불가능한걸 아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잡스의 사망소식을 듣고 블로그에 애도를 표하면서 데니스 리치나 존 맥카시의 죽음에는 애도를 표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그러면 안된다. 정말로 잡스의 죽음은 애통하고 데니스 리치는 그냥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개발자들은 스스로를 반성해 보자. 당신들은 스스로의 자유를 포기하였다.

IT세상에서 프로그래머는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그들은 텍스트나 복잡한 점수입력을 처리하기 위해 스프레드시트를 여는 대신 펄이나 파이썬으로 열줄정도 되는 스크립트를 짠다. 필요한게 있으면 만들고 끼워맞춰서 쓰는게 기본 정신이다. 따라서 많은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은 커스터마이징이 무한대로 가능하다. 그것이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Compiz나 emacs는 이러한 철학을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사실 개발자들도 편한걸 좋아한다. 복잡하고 쓸데없이 설정해야하는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잡스의 철학은 아니다. 그것을 개발자의 방식이 아닐 뿐더러 누구의 방식도 되어서는 안된다. OS의 기본 파일탐색기에서 잘라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커맨드키를 주로 쓰는 바람에 같은 프로그램도 다른 OS와 단축키가 달라진다. 내폰에 내가만든 앱을 올리고 싶은데 돈을주고 개발자등록을 해야한다. 이것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제약들이 사용자들을 옭아맨다. 애플이 제공하는것만 사용하면 쉽다. 하지만 애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려면 무수히 많은 족쇄들이 옭아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족쇄들을 만든사람이 바로 잡스이다. 그가 원한대로 만들어진 시스템에서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만 쓸수 있고 사용자의 모든 자유는 억압된다. 이것이 잡스가 독재자인 이유이다.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 많은 작업들이 기본으로 제공되기에 편암함을 느낄고 좋아할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절대 그럴수도 없도 그래서도 안된다. 그것은 Computer Science의 기본 철학에 어긋난다. 내가 원하는 프로그래밍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못하고 원하는 기능을 쉽게 추가하지도 못하는 상황은 정말로 답답하게 느껴야만 정상이다.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자. 과연 자신들이 유닉스를 만들고 C언어를 처음 개발한 데니스 리치보다 감옥을 만든 스티븐 잡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는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OS 이론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공부해보라.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만 공부하지 말고 Computer Science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것이 어떨까?